웹툰 <이계 검왕 생존기> 권순규 작가 인터뷰
웹소설 원작 웹툰이 많아지면서 창작자 분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결국 부속품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가장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색깔을 작품에 적절히 녹이면서 작품을 만들고, 또 독자들의 반응도 얻고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 스튜디오 크힛과 함께 <이계 검왕 생존기>를 만들고 있는 권순규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사는 이야기부터 만화 이야기까지, 솔직담백한 권순규 작가의 목소리를 옮겼습니다.

인터뷰 중인 권순규 작가.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미지=레드독컬쳐하우스 제공)
Q. 작가님은 만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만화를 처음 그려야지, 하고 생각한 건 중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도라에몽>으로 만화를 처음 시작했고, 중학생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릴 때 봤던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내 것인 것처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써야 하나? 하고 생각도 했죠. 그러다가 이미지가 있으니까 만화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어릴 때 생각으로 ‘만화는 머리가 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거든요(웃음) 그래서 ‘머리가 좋으니까 난 할 수 있을거야’ 하고 시작했던 것도 있죠(웃음). 물론 현실은 조금 다르더라구요.
Q. 직업으로 만화가를 선택하시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친구들에게 ‘만화가가 될 거야!’하고 말했던 건 중학생 때 부터였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했고, 대학교에도 가서 1학년까지 다녔어요. 그리고 군입대를 하고, 전역 후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제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만화를 그렸죠. 그 이후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태블릿을 사고, 학원에 가서 만화를 배우기도 하고요. 그때 집이 굉장히 어려워서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꾸역꾸역 준비를 했죠.
그러다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어시스턴트 경험도 2년정도 쌓고, 원고 경험도 쌓으면서 부산 웹툰센터에 들어가서 원고 준비를 하면서 멘토사업에 참여했죠. 그때 만들었던 테스트 원고를 커뮤니티에 올렸죠. 저는 너무 아까웠던 작품이어서 사람들이 같이 봤으면 좋겠다, 하고 올렸죠. 그걸 보고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연락을 주셔서 스튜디오 크힛과 함께 <이계 검왕 생존기>를 만들게 됐어요. 제 첫 작품이고, 메인 작가로 작품을 만들어 보게 됐죠.
Q. 창작 작품을 준비하시다가 바로 연재에 들어가신 건가요?
처음엔 소설 원작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어릴 때 부터 <가오가이거>같은 로봇 만화, 메카닉물을 좋아해서 제가 느꼈던 감동을 제 작품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런데 시장에 들어와서 상황을 보니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눈에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선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고, 방향을 수정했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도 ‘로봇물’에 녹아들어간 ‘이야기’가 핵심이니까요. 그렇게 만화를 공부하는 방향성을 수정했어요. 좋은 구조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연재 제의를 받았을 땐 거절했어요. 저는 제 만화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달 정도 스토리를 짜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었던 거예요. 그 생각이 드니까 ‘일단 일을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을 시작하면 일단 실전에 들어가는 거니까, 잘 팔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좋은 스토리가 나올 것이고, 그렇게 나를 몰아붙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확신이 들었다기보다, 저를 한계에 몰아붙이면 살 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이계 검왕 생존기>를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중, 고등학생 때 공부를 제법 잘 했어요. 초, 중학교때는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기도 했고, 그래서 어머님 입장에선 ‘네가 공부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반대를 하시게 된 거죠. 저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공부를 좀 등한시했기 때문에 대학에 떨어지면 안 갈 생각으로 원서를 넣었는데, 물리학과에 수석으로 가게 된 거예요. 그런데 애가 군대에 갔는데, 학교에서 날아온 성적표가 올F인거죠. 시험치러 안 갔거든요.
그때 당시에 제가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어머님과 전화로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어머님이 성적표를 보시고 많이 우셨어요. 수석으로 장학금도 받고 갔는데 열심히 안 하니까 속상하셨겠죠. 저는 그래도 나름 차분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어요. 비대면 상황이니까(웃음).
저는 그때 확신이 있었어요. 물리학과 나와서 취직해서 먹고 사는게 가능하긴 한데, 집안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장남이기도 해서 집안 식구들 챙기려면 만화 그리는게 제일 빠르다는 확신이요. 어머님이 우시는 걸 직접 봤으면 말씀을 못 드렸을 것 같은데, 그래도 떨어져 있으니까 ‘전역하면 바로 만화를 시작할 거다.’라고 말씀드렸죠. 어머님이 나중에는 “잘 할 수 있을 거다. 열심히만 해라”하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아쉬운 건 아버지가 데뷔하기 직전에 돌아가셨어요. 웹툰센터에 있을 때 돌아가셔서… 제가 데뷔한 걸 못 보셨죠. 그게 제일 아쉽죠. 어머님이 반대하실 때 아버지는 고등학생 때, 대학교 들어갔을 때도 “권작가 왔나, 요즘 만화 잘 그리고 있나” 하시면서 저의 목표를 이해해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 데뷔해서 작품 하는 것 보셨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셨을텐데.

Q. 작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이계 검왕 생존기>, 작품 소개 부탁 드립니다.
임경배 작가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웹툰입니다. 스토리 각색, 작화, 그리고 캐릭터에 연기를 시켜서 만들어내는 작품입니다. 저는 스토리 각색과 작화를 맡고 있고요. 컬러, 배경, 효과 등의 요소들은 레드독컬처하우스 산하의 스튜디오 크힛에서 맡아주고 계십니다.
Q. '웹툰' 하면 개인 작가가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이라고 하면 작가가 따로 없이 스튜디오가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계 검왕 생존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어떤 만화나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는 비슷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 같은 경우 중간에 제 손을 떠난다는 점이 있죠. 원작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소설을 기반으로 콘티를 짤 때부터 스튜디오 크힛의 PD님과 오래 통화를 하면서 스토리라인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하죠. 그렇게 콘티를 짜고, 스튜디오 분들과 ‘재밌다’는 결정이 나면 작화 작업에 들어가죠.
스케치를 하고, 선화를 하고 컬러와 배경 단계가 되면 연출 방향성을 정해놨으니까, 거기에 맞는 설명과 참조사항을 적어서 보내드리죠. 그러면 스튜디오에서 나누어서 진행을 하시고, 원고가 1차적으로 완성이 되면 저한테 다시 보내주셔요. 거기서 연출 등에서 수정하는 부분도 있고, 스튜디오에서 만들어 주신 게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 보다 좋은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OK가 나오면 연재에 들어가죠. 주간연재라는 한계가 있어서 두번 정도 주고받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협업이라곤 해도 한몸처럼 움직이죠. 사실상 스튜디오 크힛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느낌? 스튜디오 크힛의 작품이기도 하고, 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초반에는 제가 욕심을 내서 혼자 채색까지 해 봤는데 도저히 물리적으로 맞출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혼자서는 도저히 이정도 결과물을 만들 수 없구나’ 하는 걸 느꼈죠. 그리고 스튜디오 크힛에서도 “작가님이 욕심 내시는 퀄리티 다 맞춰 드리겠다”고 하셨고, 그 말씀을 지켜주셨어요. 경쟁을 해야 하는 작품이 나 혼자서 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스튜디오 체제가 받침이 되어줄 수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게 컸죠. 경쟁을 해야 하는 작품이 나왔는데 패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 그런 도박은 저는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Q. 작가님께서 작품을 만드실 때 가장 중점에 두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조금 속물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웃음) 결국 작품이 잘 팔리는 거죠. <이계 검왕 생존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만화가 얼마나 팔리는가’죠. 권순규라는 개인 작가 입장에선 ‘내가 상업 작가가 될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상업 작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장르 독자의 니즈를 맞춘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 라고 생각 하거든요. 여기에 기반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재미죠. 객관화시킬 수 있는 재미.
개인적으로 생각해봐도, 작가 입장에선 결국 재미인 것 같아요. 결국 만화가 재미없으면 교과서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철학과 가치는 저라는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면 작품에 녹아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 재밌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죠. 만약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고,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작품에 녹아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Q. 원작과 웹툰 두 작품 모두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세계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헌터물의 특성과 성좌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복합장르 작품을 웹툰화할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제가 장르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었어요. <이계 검왕 생존기>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요소에 대해서 잘 몰랐죠. 판타지 소설이라는 매체와 친숙하지 않았던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을 ‘새로운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연구할 수 있었던 바탕 같아요. 전략적으로 제가 중점을 뒀던 건 저에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이거 하나였어요. 대신 소설과 만화의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재미의 공백을 찾아내서 거길 메꾸는데 여러가지를 생각했어요.
만화는 상대적으로 더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템포를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그때 스튜디오 크힛의 PD님이 연락을 주셨죠. “작가님, 이거 2회로 쪼개죠.”라고. 원작의 요소를 끄집어내서 만화의 재미를 붙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Q. 친숙하지 않은 장르를 웹툰화 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먼치킨 장르다 보니까 제 연출의 한계가 올 거라고 생각을 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먼치킨으로 보여지는 걸 좋아하시는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그게 저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거예요. 그때 전략적으로 스토리 변경이나, 성장물의 재미를 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원작에선 후반부에 나오는 캐릭터를 전진배치 하거나, ‘먼치킨’이라는 캐릭터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인공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죠. 특히 장루신과 레온하트 에피소드가 그랬고요. 그 외에는 전략적으로 개그를 작품 속에 배치시키는 등으로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요소들을 넣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Q. 말씀처럼 작품 속에 개그가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면서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개그 요소를 어떻게 배치하시나요?
플롯을 짜다 보면 개그를 넣을 수 있는 순간들이 정해지게 돼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5단구조로 정리를 하면 발단-전개 부분에서는 개그를 넣어도 괜찮다고 보고 있어요. 그 이후 위기 이후로 개그가 들어가면 독자분들이 스토리에서 튕겨져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에피소드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죠. 지금 생각하고 있는 에피소드는 말씀드린 것과 조금 다르기도 하고요. 일단 개그를 넣느냐 안 넣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결국 재미인 것 같아요. 정보량이 많고 설명이 많으면 독자분들이 머리가 아플거라고 생각하고, 뭔가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넣어야 할 때 개그를 사용하곤 합니다.
‘감동’이라는게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자분들과 애착이 형성된 캐릭터가 죽었다면 굳이 더 감동을 더할 필요는 없겠죠. 엄청난 액션이 나왔다면 이것 역시 감동이 될 수 있죠. 그런데 구성부터 그런게 없는 에피소드라면 개그를 넣게 되는거죠. 넣을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주인공 주변에 개그를 칠 수 있고, 받아줄 수 있는 캐릭터를 배치하는 것 부터가 준비가 될 수 있죠. 저의 마지막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웃음).
Q.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과 독자가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개그를 준비해서 표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개그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은 어느정도 한정적이죠.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면 웬만한 사람들은 웃길 수 있다고 봐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뜬금없는 순간에 튀어나왔을 때, 이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 라거나. 그런건 재밌죠. 개그를 만들어서 친다기 보다, 제가 배워서 알고 있는 공식에서 따와서 개그를 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본격 개그만화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일수도 있죠.
Q. 작가님께서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계 검왕 생존기>라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점인가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 회차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점? 구조적으로 경제적으로 짜여 있는 치밀한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점을 독자님들께서도 알아주시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각색이 가장 잘된 작품으로 주변에 추천해 주고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하는 노하우는 어떤게 있을까요?
스토리를 공부했던 것이 가장 크다고 봐요. 창작을 하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각색을 하면서 창작이 필요한 부분을 넣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주효했죠. 소설과 만화는 다른 매체고, 다른 재미를 추구해야 하다 보니까, 뼈대는 소설에서 원작자님께서 완성을 해 주셨고, 다른 매체로 옮기는 저는 만화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소설과 만화가 서로 다른 매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거기서 만화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독자님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캐릭터 ‘엘리제’가 참여한 용의 둥지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기존 작품에 없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동료가 되어야 했던 캐릭터 에피르에게 드라마가 필요했어요. 원작에 등장하는 설정을 조금 비틀어서 표현하게 됐죠. 원작에서는 ‘드래곤이 좋아하는 것’을 모티프로 인간형을 설정하게 되거든요. 그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밝은 캐릭터인 에피르에게 입체적인 면을 부여하고 싶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고, 그 사람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 그런 연민 같은 것을 독자분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죠. 에피르라는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 되어야 했으니까요.
Q. 초반 작품에서는 캐릭터들이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연재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지점이 눈에 띄었어요. 이건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지점은 어떻게 조율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캐릭터들이 튀어 보였던 건, 제가 캐릭터들과 충분히 친하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저도 처음에 한빈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죠. ‘얘는 어떤 생각을 하지?’, ‘얘는 어디서 화를 내고, 어떨 때 슬퍼할까?’ 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졌어요.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연재를 진행하면서 독자님들은 물론 저와도 친해진 거예요. 그때 ‘한빈이는 이렇게 안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웹소설 원작의 작품이지만 웹툰 오리지널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원작의 독자들도 재미를 느끼면서 웹툰 독자들을 잡아두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원작의 독자분들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으실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엔 지루함을 느끼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작 독자분들께는 반가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충족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당연히 웹툰 독자분들께는 제가 만화를 잘 만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구요.
그래서 소설과 만화를 함께 보시면 가장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보신 분들은 만화에서 새로움을 보실 것이고, 만화를 보신 분들은 소설에서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는 거죠. 이런 작품이 가능하도록 배려해주신 원작자분께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Q. 장루신, 레즐리 등 조연급 캐릭터들의 매력이 굉장히 큽니다. 조연급 캐릭터를 만드실 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이야기를 짤 때 조연 캐릭터들은 에피소드의 주제를 안고 있는 친구들인 경우가 많아요. 주인공은 에피소드를 모두 거쳐가야 하는데, 조연은 한 에피소드를 부각시키는 캐릭터죠. 특정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캐릭터. 레즐리나 장루신 같은 경우도 그 에피소드의 주제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죠.
정말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조연을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더 애착이 가서 열심히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 같네요.
Q. 매 회차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님의 원동력은 뭘까요?
항상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더 정확한 연출과 표현, 더 감동적인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실력이 받침이 되어야 하는건 기본이니까요. 만화에서는 역시 콘티가 중요한데, 그 콘티를 전달하는 능력이 작화죠. (작화에서 전달이 안 되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부 전달하기 어렵게 될 테니까.
스트레스 관리는 아직까지 뾰족한 방법을 찾지는 못했어요. 진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울게 되더라고요. 조금 덜 쌓인 경우엔 원고가 잘 나오면 해결이 되고요.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만족스러운 원고가 전달이 되면 그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보상을 받더라고요. 독자님들이 보시고 제가 전달하고자 한 것을 전달 받으셨다는 걸 확인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다 해결이 됩니다.
Q. 혹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할지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웃음) 바오톨트와 홀리엔이 가장 파급력이 클 것 같아요. 어느정도 틀이 짜여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둘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이전에 등장했던 캐릭터들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댓글뿐 아니라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퀄리티를 보고 작가님의 손목 걱정을 하시더라구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아유, 다행히 건강은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손목이나 어깨, 허리 같은 부분은 다 괜찮아요. 작가님들 모두 건강하십쇼(웃음).
Q. 해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본과 중국에 런칭했는데, 반응이 꽤 좋은 걸로 알고 있어요. 순위도 꽤 높은 걸로 알고 있고요. 아무래도 망가의 일본에서 반응을 좋게 받은게 뿌듯하죠. 지구 반대편에서 만화 공부하는 분이 팬이라고 팬아트를 그려서 보내준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걸 받으면 ‘혹시 스튜디오에서 나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개꿀잼 몰카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거죠 사실. 매우 기분이 좋죠. 그려주신 분들도 어떤 마음으로 해 주신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마이너한 만화를 하시는 분인데, 그 분은 아마 한국에 팬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하실 수도 있죠.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님께 제가 가지는 마음과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뭉클하더라고요.
Q. 주인공의 오러 각성을 개기로 붉은색 색감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계 검왕 생존기>의 주요 포인트 색상이 붉은 색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정하는 건 어떻게 이뤄지나요?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었고, 한빈이가 되게 짐승 같은(?) 느낌이어서 오러 각성을 하면 색깔을 붉은 색, 끓는 피의 느낌을 좀 주고 싶었어요. PD님도 거기에 동의하셔서 그렇게 진행을 하게 됐죠.
Q. 단행본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단행본은 당연히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러 독자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준비중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레드독컬처하우스에서 말씀해주셔야 할 부분이긴 한데, 개인적인 기대로는 제가 시청자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
Q. <이계 검왕 생존기>의 독자분들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권순규 작가와의 만남은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인터뷰에 더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분량과 시간 때문에 더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철학이 확고한 만큼 고집스럽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작가는 독자들에게 믿음을 줍니다. 항상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 권순규 작가는 그런 믿음을 주는 작가였습니다. 또, '크리티컬 히트'를 떠올리게 하는 스튜디오 크힛과 함께 만드는 작품인 만큼 어깨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튜디오 크힛과 권순규 작가의 작품, <이계 검왕 생존기>는 한국의 히트작으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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